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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0점 만점을 썼는데 변별력은 12점이었다

AI 인프라 10개 종목에 100점 만점 스코어링을 받아 봤더니 전부 82~94점 사이였다. 점수가 무엇을 못 하는지, 그래서 여기서는 대신 무엇을 쓰는지 정리한다.

종목에 점수를 매기면 무엇이 드러나고 무엇이 가려지는가?

3분 요약

종목에 점수를 매기면 무엇이 드러나고 무엇이 가려지는가?

  • 상위 10개를 고른 뒤 매긴 점수는 그 폭이 선택의 결과이지 판단의 결과가 아니다
  • 항목 점수를 합산하면 밸류에이션과 성장성과 해자가 같은 축에 놓여 서로를 지운다
  • 점수 대신 남길 것은 해자가 깨지는 조건과 그것이 깨지고 있는지 확인할 관찰 지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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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차

점수를 한번 매겨 봤다

AI 인프라 밸류체인 종목에 점수를 매겨 순위를 내는 리서치를 받아 봤다. 채점 기준은 밸류에이션 30점, 성장 모멘텀 40점, 경제적 해자 30점. 합쳐서 100점 만점이다.

열 개 종목의 총점은 이렇게 나왔다.

94  92  89  89  87  86  86  84  83  82

1등과 꼴찌의 거리가 12점이다. 100점짜리 자를 꺼냈는데 실제로 쓴 눈금은 열두 칸이었다.

점수의 폭은 판단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

이 결과가 이상해 보이지만 사실 당연하다. 요청 자체가 "가장 매력적인 투자처 8~10곳을 발굴하라"였기 때문이다. 상위 열 개를 먼저 고르고 그다음에 점수를 매겼으니, 전부 높은 점수를 받는 것 말고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.

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표현 방식이다. 이걸 100점 만점 스코어보드로 그리면 읽는 사람은 0점부터 100점까지 펼쳐진 척도를 상상한다. 82점짜리를 보고 "낮은 편이구나" 하고 읽는다. 실제로는 후보군 중 꼴찌일 뿐 어떤 절대적 기준에서 82점인 것이 아니다.

없는 변별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. 점수의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다.

합산은 역전을 지운다

두 번째 문제는 세 항목을 하나의 수로 더한다는 데 있다.

총점 1위와 4위의 항목별 점수를 펼쳐 보면 이렇게 된다.

밸류에이션(30)성장 모멘텀(40)해자(30)총점
TSMC26383094
SK하이닉스28372489

밸류에이션 항목만 보면 SK하이닉스가 TSMC보다 높다. 총점에서는 5점 뒤지지만, 저 5점은 해자 항목에서 벌어진 것이지 가격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다. 합산된 하나의 숫자는 이 역전을 완전히 지운다.

싼 것과 빠르게 크는 것과 남이 못 따라오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음이다. 세 가지를 더해 하나로 만드는 순간, 무엇 때문에 좋은지가 사라진다. 그리고 투자 판단에서 알아야 하는 건 대개 총점이 아니라 그 "무엇 때문에"다.

틀렸을 때 어디가 틀렸는지 알 수 있는가

이 사이트가 점수를 안 쓰는 진짜 이유는 순위를 못 매겨서가 아니다. 점수는 틀렸을 때 어디가 틀렸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.

94점이 틀렸다고 해 보자. 무엇이 틀린 것인가. 26점이 과했나, 38점이 과했나, 아니면 애초에 세 항목의 가중치가 30:40:30이 아니었어야 했나. 답할 방법이 없다. 점수는 검증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.

그래서 여기서는 점수 대신 세 가지를 쓴다.

  1. 이 기업의 해자가 앞으로도 유지될 근거
  2. 무엇이 확인되면 이 판단이 틀린 것인지 — 반증 조건
  3. 남아 있는 가장 큰 불확실성

"삼성전자가 2nm에서 양품 수율 80%를 선점해 핵심 고객을 데려가면 이 판단은 깨진다"는 문장은 점수보다 훨씬 덜 깔끔하다. 대신 틀렸을 때 어디가 틀렸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. 수율 숫자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. 94점에는 확인할 것이 없다.

점수표에서 건질 것은 있었다

그 랭킹 리서치가 통째로 쓸모없었다는 말은 아니다. 점수를 걷어내고 보면 종목마다 "해자가 깨지는 조건"과 "관찰 지표"가 붙어 있었다.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꺾이는지, 시간당 GPU 임대 단가가 급락하는지, 서버 감가상각 연한이 단축되는지. 이런 건 나중에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.

그게 내용이었고 점수는 껍데기였다. 점수는 그 내용을 한 줄로 압축하려다 오히려 가렸다.

한계

이 글은 한 번의 리서치 출력에 대한 관찰이다. 다른 프롬프트, 다른 시점이면 다른 점수가 나온다. 스코어링이라는 방법 일반에 대한 판정으로 읽으면 안 된다.

위에 옮긴 것은 점수와 항목 배점뿐이다. 그 문서에 실린 매출·점유율·백로그 같은 수치는 상당수가 1차 자료가 아닌 곳에 걸려 있어서 이 글에 옮기지 않았다. 항목별 점수를 인용한 두 기업도 순위나 투자 매력도를 옮긴 것이 아니라 합산이 무엇을 지우는지 보이기 위한 예시다.

같은 종류의 자기점검은 이 사이트가 16편 내내 틀렸을 수 있는 지점에 있다.

이 글은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·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개인별 투자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.

반대 근거와 변화 조건

이 분석을 반박하거나 갱신할 데이터 조건은 본문의 검증 영역에서 확인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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